중학교 2학년 겨울, 아마 12월 초였을 거예요.
기말고사가 끝났던 것 같아요.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에 운동장에서 뛰놀게 두셨던 걸 보면요.
시간은 오후 1시? 그 정도? 친구들이랑 농구를 했던가?
아마 그랬을 거예요. 농구대 근처에 서 있었거든요?
하늘이 어두워지는 걸 느꼈어요.
아니, 느낄 새도 없이 그냥 어둠이었어요.
밤만큼 깜깜했어요. 지금이 새벽 1시 반인데, 창 밖으로 보이는 딱 이 정도였어요.
물론 가로등의 불까지 계산해서요. 완전히 깜깜하진 않았고, 주변은 보였으니까요.
주변에서 "야, 종말 아냐?"란 소리가 들렸어요.
그때가 1997년 12월로, 그 유명한 1999년이 코앞이었거든요.
이 얘길 하면 구름이 많이 끼었던 것 아닌가 물어 보는데,
태풍이 와서 구름이 가득한 낮에도 그 하늘보단 몇 배 더 밝았을 거예요.
몇 분 동안 그 상태였는데, 곧 다시 밝아졌죠.
경악한 학생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어요.
그날 집에 돌아오니 근처 직장에 근무하던 고모가 와 있었어요.
절 보자마자 '오늘 낮에 회사 동료들이랑 다 종말이라고 난리였다'고 말했어요.
고모가 가고, 전 계속 TV를 켜 놓고, PC통신 기사 검색을 했어요.
일식이 있던 건가 하고 말이죠. 아니면 기상 현상이라던지.
큰 사건이라 흥분했죠.
중딩 시절 전 종말론을 매우 좋아했거든요?
근데 어디서도 그 얘기를 언급하지 않았어요.
그 정도로 어두워진다면 적어도 지역 방송국,
특히 TBC가 학교 바로 옆에 있으니 다뤘겠거니 했거든요?
근데 아무도 말하지 않았어요. 정말로 궁금했죠.
담 날, 학교에 가서 '어디서도 그 얘길 안 해서 이상하다'고 친구들에게 말했어요.
그러자 '그게 무슨 소리냐'며 웃을 뿐이었어요.
다른 친구에게도, 다른 친구에게 계속 물어도, 다들 같은 반응이었어요.
집에 돌아와 고모에게 물어도 똑같았죠.
그날,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?
꿈을 꿨던 걸까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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